‘성조숙증’ 궁금증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성조숙증' 걱정이 많다. 성장발육이 빠르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에 또래보다 키가 크거나 통통한 아이를 둔 엄마들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 엄마들이 궁금해하는 성조숙증의 모든 것.
최근 '성조숙증'이 급격하게 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주위에서 성장이 너무 빨라 설마 하고 병원에 갔다가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영양 불균형 또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에 의해 사춘기가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일찍 시작되는 현상을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성조숙증 진료 실적'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이들이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으로 보면 2009년 283명에서 2010년에는 310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성별로 봤을 땐 여자아이가 97.1%, 남자아이가 2.9%로 여아가 압도적으로 높다. 정신적인 부분이 신체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덩치만 어른인 아이'가 많아지는 것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 최근 매스컴에서 성조숙 실태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는 빨라도 여자아이는 10세, 남자아이의 경우 12세에 시작하는 것이 평균적. 여자아이가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만 10세 이전에 초경을 하는 경우,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눈에 띄게 고환이 커진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과 조기 사춘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 사춘기는 8세 이전부터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성조숙증과는 달리 8~10세에 가슴이 발달하며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조숙증은 적어도 만 9~10세 이전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특히 아이의 키가 한 달에 1cm 이상 지속적으로 자라거나 또래에 비해 나이를 두 살 정도 많게 보는 경우, 2.5kg 이하의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 부모나 친척 중 일찍 사춘기가 온 경험이 있다면 위험군에 속하므로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조산아로 태어난 아이나 쌍둥이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으나 자궁 내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으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축이 태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영양불균형과 흰쌀, 밀가루, 설탕 등 정제되어진 음식,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주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드물게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뇌 손상, 기형 등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성호르몬 분비로 인한 증상이 대부분이다. 호르몬에 영향을 끼치는 원인에는 영양 과다로 인한 비만, 스트레스, 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만은 성조숙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품의약청안전평가원이 우리나라 만 7~13세 여아 3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아 및 성소년의 성 성숙 시기, 성조숙 실태 및 관련 인자 연구' 보고에 따르면 성조숙증 아이들은 정상군에 비해 체격이 월등하게 크고 뼈나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체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 렙틴은 시상하부에 작용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며, 부신에서 안드로겐 효소를 자극해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정제되어진 음식 섭취가 늘어날 경우 비만이 아니더라도 복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 될 수 있다.
TV, 인터넷 등을 통해 어려서부터 성적 자극에 노출되는 것도 성조숙증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은 아이의 뇌신경을 건드려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며, 성 성숙의 진행 속도를 완화하는 멜라민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가정불화나 성적부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호르몬을 자극해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는 인체가 본능적으로 생존 위협이나 위험 요소를 감지하면 일찍 성장을 완료해 생식 능력을 갖추도록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
성조숙증은 남아보다 여자아이에게 더 흔하지만, 심각한 병적 원인을 가진 경우는 의외로 남자아이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에게는 원인 질환 없이 성조숙증이 발생하는 특발성이 80%로 가장 많고, 난소 종양이 원인인 경우가 15%, 뇌질환이 있는 경우가 5% 정도 차지한다. 하지만 남자아이의 경우 특발성이 50%, 대뇌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20%, 부신피질 과형성 혹은 종양이 25%, 고환 종양이 5% 등의 분포를 보인다. 여자아이는 가슴 발달이나 초경 같은 분명한 신체 변화가 있어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남자아이는 성조숙증 진단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 복부비만으로 인한 콜레스테롤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면서 여성화를 보이는 사춘기 이상 발달이 많다.
성조숙증 아이들은 일단 외형적으로 또래보다 신체 성장이 빠르다. 검사를 해보면 실제 뼈나이도 본인 나이보다 앞서 있고, 성호르몬이나 생식선자극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특성을 보인다. 성장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과 키가 크지만 성장이 빠른 만큼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 크는 기간이 줄어들면 최종적으로는 키가 작을 확률이 매우 높다. 보통 초경 이후에 평균 5~8㎝ 정도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초경이 빠르면 최종 키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여자아이의 경우 평균 초경 연령이 1년 빠르면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 예측 키가 5cm 정도 덜 크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키 뿐만 아니라 심장, 간, 콩팥 기능은 18~21세까지 성장을 보여야 하는데 조기에 성숙이 멈출 경우 기능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신체 시계가 빨리 흘러가면서 일찍부터 성인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일생 동안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유방암, 자궁암 등에 걸릴 확률 또한 높아진다. 드물긴 하지만 뇌종양의 위험 징후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수술과 정기적인 병원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성조숙증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도 크다. 정신연령과 신체 연령이 일치하지 않아 아이의 성격이 내성적·소극적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몸에 대한 콤플렉스로 자존감도 낮아지며, 우울증 위험 또한 훨씬 높아지기 때문.
여자아이의 경우 연령으로 볼 때 초등학교 2학년부터(만 8세) 가슴의 발달이 시작되어 몽우리가 잡히고 보통 초등학교 5학년(만 11.7세)경 봉긋하게 솟아 오른다. 그 이전에 가슴발달을 보인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게 된다. 특히 초경이 시작되고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기 6개월 이전에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성조숙증이라고 해서 모두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성조숙증인 경우에는 성인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성조숙증이 급격하게 진행하는 경우,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경우에만 치료를 한다. 양쪽 부모가 모두 신장이 클수록, 꾸준히 치료받을수록, 또 일찍 시작할수록 치료 효과가 크다. 초기 진단 시에는 2시간 동안 성선자극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 1단계는 혈액검사와 손 엑스레이 검사, 2단계로 성호르몬 분비 자극 검사가 이뤄진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등은 다른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 시행하며, 일부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양방 치료에서는 성호르몬 억제제 주사가 치료의 핵심이다. 4주에 한 번 '성호르몬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 유도제(GnRH agonist)'를 피하에 주사하는데 비용은 20만원 내외. 여자아이의 경우 자극 검사에서 LH가 5 이상 수치를 보이고 만 9세 미만(8년 364일 까지)이라면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고, 한 번 처방이 시작되면 이후 2~3년 정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검사를 해보면 성조숙증은 맞는데 자극 검사상 LH의 수치가 의료보험 적용 기준인 5 이상이 안 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당장에라도 치료가 필요하다면 비급여로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
필요에 따라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하는데, 개인이나 검사 수치에 따라 차이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크다 .
◇'사춘기 억제제'로 치료…빠를수록 좋아 = 치료는 조기 사춘기의 원인과 범위, 진행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종양의 수술적 치료가 아니라면 대개는 약물로 치료한다.
진성인 경우 약물사용은 진단이 된 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약제는 평균사춘기의 연령까지 성선(난소)이 자극되지 못하도록 억제함으로써 배란을 억제하고, 키가 크는 속도를 늦춰 보다 큰 키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서 교수는 “대개는 치료 1주일에 성선 자극호르몬이, 2주일에 성호르몬이 저하되고, 2차 성장은 점차 소실된다”고 말했다.
사춘기 억제제는 4주에 한번 근육주사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월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골 연령 검사를 통해 손실된 예측 키가 회복됐으면 종료하게 되는데, 보통 여아는 만 11세, 남아는 만 12세가 넘으면 중지한다.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국소 통증, 발진 등이 생길 수 있다.
◇조기진단으로 성조숙증 여부 정확히 감별해야 = 성조숙증의 증상은 성호르몬 분비증가에 의한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로 나타난다.
여아는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사춘기가 많이 진행되면 월경이 시작된다. 이에 비해 남아는 고환과 음경이 커지고 색깔도 짙어지며,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춘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 여부와 종류를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의 발달이 약간 빠르다고 해서 모두가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가 빨리 왔지만, 정상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체격 성장이 또래보다 매우 빠르거나, 뼈 나이(골 연령)가 자기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선 경우도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진단은 자세히 병력을 이야기하고 신체검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장 속도의 변화, 성조숙증의 가족력, 출산력, 과거 병력, 성 호르몬 노출 여부 등을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아이의 키와 함께 정확한 성적 성숙도, 성선자극 호르몬검사, 중추신경계 사진,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뼈의 성숙도를 측정하려면 손과 손목의 방사선 촬영을 6개월마다 반복하기도 한다.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이상에 의한 진성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