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묻고 명의가 답한다! 국내 최고 우울증 전문의 고려대병원 이민수 교수
<월간 헬스조선> 9월호 ‘독자가 묻고 명의가 답한다’ 주인공은 국내 최고 우울증 전문의인 고려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다. 고려대병원 우울증센터 소장이기도 한 이 교수가 알려주는 우울증에 관한 궁금증 풀기.
Q 우울증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하는가? 이세미(30·서울시 마포구 염창동)
살다 보면 슬프거나 울적할 때가 있다. 이런 느낌이 기분상의 문제를 넘어 생활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면 우울증이다. 보통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2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본다. 2주일 이내는 단순히 우울한 기분인 우울감이다. 우울증의 종류는 우리가 흔히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주요 우울증’, 햇빛이 적은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울적하지만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는 ‘기분부전장애(신경성 우울증)’ 등이 있다.
Q 우울증이 생기면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서준석(44·경남 진주시 칠암동)
진단장비로 촬영해 보면 뇌는 어떤 일을 할 때 총천연색을 띤다. 활동 정도가 강하면 빨간색, 중간이면 주황색, 적절하면 노란색을 띠고, 활동 정도가 약하거나 없으면 남색이나 검은색 등 무채색을 띤다. 우울증이 있으면 뇌는 활성도가 떨어져 흑백 등 무채색을 띠고, 희노애락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활성도가 좋아지면 밝은색을 띠고 희노애락 같은 감정이 다시 생긴다.
Q 우울증의 증상은 어떤 것인가? 평소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신태윤(37·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우울증의 증상은 첫째 이유 없이 힘들고, 피곤하며,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친다. 둘째는 삶이 재미없다. 셋째는 우울하고 슬픈 기분이 자주 든다. 그 밖에 입맛이 없고, 잠이 잘 안 오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고, 혼자 있고 싶어진다. 자가진단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우울증 자가진단법’을 검색해 활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너무 괴롭기 때문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검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설사 인터넷에서 우울증 자가진단법을 검색하더라도 마지막 문항까지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다.
Q 가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뭔가 던지려는 충동을 느끼며, 별일 아닌 것에 굉장히 서운하다. 우울증의 증상인가? 서인영(49·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그렇다. 전문용어로 ‘공격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분노감을 억제하는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하면 확 퍼붓는 등 공격적으로 변한다. 공격성이 밖으로 표현되면 타인을 죽이고, 안으로 표현되면 자살한다. 따라서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다.
Q 머리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흔들거리고, 기운이 없으며, 모든 것에 의욕이 없다. 그저 쉬고 싶을 뿐이다. 우울증인지, 갱년기 증상인지 모르겠다. 윤정란(51·경북 문경시 흥덕동)
우울감으로 볼 수 있다. 보통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2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때 우울증이라고 한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갱년기 여성은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 등이 떨어져 우울감이 깊어진다. ‘이제 여자로서의 삶은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감이 심해진다. 갱년기에 우울감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한다.
Q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성태(30·충남 천안시 안서동)
우울증의 흔한 원인은 신경전달물질의 활동 저하 또는 불균형이다. 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여성은 마음의 중추인 갑상선 이상으로 기분 조절에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월경, 출산, 폐경 등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이 온다. 특정 내과질환 자체가 우울증적 소견을 보이거나, 암과 에이즈 등에 걸렸을 때 2차적으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밖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거나, 유전적으로 우울증이 있거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오는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온다.
독자가 묻고 명의가 답한다! 국내 최고 우울증 전문의 고려대병원 이민수 교수
<월간 헬스조선> 9월호 ‘독자가 묻고 명의가 답한다’ 주인공은 국내 최고 우울증 전문의인 고려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다. 고려대병원 우울증센터 소장이기도 한 이 교수가 알려주는 우울증에 관한 궁금증 풀기.
Q 우울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방미숙(45·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우울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약물치료를 권한다. 간혹 정신치료만 해서 낫는 경우가 있다. 우울증이 급성이고 심할 때는 약물치료 위주로 치료하고, 상태가 좋아지면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우울증이 심하지 않고 원인이 뚜렷하며,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심리적 요인이 있을 때는 정신치료만으로 나을 수 있다.
Q 우울증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가? 이윤정(35·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우울증은 처음 발병하면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합쳐 3~6개월이면 치료 가능하다. 두 번째 발병하면 2년 정도 치료해야 하고, 세 번째 발병하면 5년 이상 치료해야 나아진다. 그 이상 발병하면 치료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노인은 우울증에 걸리면 상실감이 크기 때문에 치료기간이 길다. 처음 발병하면 2년, 두 번째 발병하면 5년 정도 치료해야 나아진다. 세 번째 발병하면 치료기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한편 우울증은 치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할 확률은 25%, 2년 이내 재발할 확률은 50%, 5년 이내 재발할 확률은 75%며, 5년 이상 되면 재발률이 늘지 않는다.
Q 우울증이 있을 때 꼭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황병철(39·서울시 강서구 화곡2동)
우울한 기분으로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2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때, 우울증과 다른 질병이 섞여 있을 때,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을 때, 죽고 싶을 생각이 들 때는 꼭 병원에 가야 한다.
Q 우울증 치료 병원을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김영민(27·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무엇보다 우울증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다. 우울증은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될 수 있으면 병원을 옮기지 말고 한 병원에서 치료받는다.
Q 우울증은 대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는데, 약물치료를 꼭 해야 하는가? 김종진(34·충북 청주시 상당구 영동)
정신치료만 한다고 낫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는 약물치료가 주며,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Q 우울증 약을 먹으면 잠만 오고 몸이 처진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배미영(42·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그런 경우가 있다. 또 우울증 중 몸이 처지는 ‘지연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약을 먹지 않아도 그렇다. 이때는 잠을 덜 자게 하는 항우울증제를 먹는다.
Q 오래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약을 먹고 병원치료를 받아도 소용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임태영(29·강원도 춘천시 효자2동)
아무리 치료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가 20~30%다. 그래도 치료하지 않는 것보다 치료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찾아야 한다. ‘소용 없는 치료는 없다’는 신념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가족 또는 사회단체 등에 도움을 청한다.
Q 병원에 가지 않고 우울증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은 없는가? 김현태(48·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우울한 기분이 들면 ‘왜 우울할까’ 생각하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인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우울증 색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우울하면 짜증을 내고, 어떤 사람은 닥치는 대로 먹는다. 자신의 우울증 색이 어떤지 아는 것은 우울증을 다스리는 데 중요하다. 이렇게 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다. 전문의는 우울증 치료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전문치료로 상태가 좋아지면 혼자 그리고 여럿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만들고, 친구를 많이 사귄다. 평소 몸이 건강하면 우울증에 덜 걸리니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습관화한다.
Q 갱년기인 친정어머니가 부쩍 우울해하신다. 지켜보니 우울한 기분이 드는 순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울감이 줄어들거나 지속되는 것 같다. 어머니를 도울 방법이 궁금하다. 김종아(31·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편히 쉬게 하고, 어머니가 슬퍼하면 똑같이 슬픈 딸이 있음을 알리며, 가능한 한 좋은 말을 한다. 어머니가 봉사활동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다.
Q 우울증으로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대학년 1학년생이다. 학교 가기 싫고, 자살을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이진(23·울산 중구 우정동)
우울증과 자신감 결여가 온 상태다.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를 찾아 진단받고 치료한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생각하고, 더 우울해지지 않기 위한 예방책을 세운다.
Q 우울증이 자연스럽게 나을 때까지 있어도 되는가? 송진숙(50·광주 북구 중흥동)
우울증이 있을 때 치료하면 2~3개월 만에 낫지만,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보통 9개월은 지나야 괜찮아진다. 간혹 주변 도움 없이 혼자 있다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으며, 치료를 거부해 가족 등 주변인이 괴로워지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것과 다름없다.
Q 우울증이 깊어지면 다른 신체기관에 이상이 생기는가? 김지희(40·서울시 강북구 돈암동)
우울증이 있으면 특정 신체증상이나 통증이 나타나고 악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깊어지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에 잘 걸리고, 감기 걸린 사람이면 감기가 더 심해지며 잘 낫지 않는다.
Q 어린이나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 치료법과 다른가? 이충현(35·경기도 평택시 평택동)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가면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가면 우울증은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울한 기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인데, 신체적으로 이상이 별로 없어 진단이 어렵다. 가면 우울증이 있는 어린이는 엄마 치마폭에만 매달리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가면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은 싸움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법은 성인의 우울증 치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Q 주위에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도울 방법은 무엇인가? 배원식(41·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우울증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노력하면 낫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지만, 비타민을 섭취하고 운동하는 등 노력하면 낫는다. 우울증 역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생기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열심히 살면 낫는다. 감기와 우울증 모두 재발이 잦다. 또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님을 알린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